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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소식이 -권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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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9-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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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식이 

 

주제 <소식이를 쓰기 싫다>

 

소식이를 쓰기 싫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귀찮은 감정과 미안한 마음과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동시에 느끼기 싫어서 일 것이다. 우선 가장 큰 감정은 미안함이다. 효영이의 소식이가 올라온 날짜는 829. 효영이도 한 주 미룬 것이기에 내 차례였고, 829일부터 92일까지 미뤘다. 즉 일주일을 미룬 것이다. 그런 다음 태풍 때문에 같은 달 3일부터 14일까지 늦춰졌다. 가정학습으로 빠진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며 [소식이] 라는 제목만 쓰고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 914일 수요일. 논문 심사 때문에 쓰지 못. 아니 하지 않았다. 915일부터 같은 달 16, 17, 18일 학교설명회 준비와 주말에 놀아서 하지 못했다. 이것 역시 거의 하지 않았다. 19, 20, 21 주말 동안 있었던 일로 인해 교사회의도 들어갔다가, 식총도 준비했다가 하며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있는 소식이는 그렇게 약 20일간 머릿속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하여 오늘 그러니까 효영이가 첫 소식이를 쓰기 시작한 822일로부터 정확히 한 달이 지난 지금부터 쓰게 되는 이 소식이에 미안함을 담아 쓰고 있다.

두 번째로 느낀 감정은 귀찮음이다. 지금 미안함에 관해 쓰기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났는데 점점 나의 몸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마치 자식이 나 가출할 거야라는 말을 할 때 그 말을 듣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입은 내가 생각하지 않는 말을 하게 되고, 나의 눈은 화면이 어디까지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고, 발은 움직이고 싶어 하며, 팔은 아프다며 파스를 찾으면서, 온몸의 근육은 누군가에게 맞고 있는 것 같고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옆에서 영상을 보고 있는 나의 눈을 발견하고, 손가락이 그것을 기록하고 있으니 다행히 소식이가 더는 밀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귀찮음이란 참 중요한 것 같다. 귀찮음이 없었더라면 많은 발명품이 발명되지 않았을 것이고 <인간선언>의 배경이 되어주던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죽었겠지. 아 무슨 소리인가 하면 분량좀 채울려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이것도 귀찮은 거죠.

세 번째로 나의 무지함이다. 예전부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명한 사진 한 장이 있는 것을 알 텐데 네이버 홈화면에서 [아 그그...]를 검색창에 입력했더니 연관 검색어로 [아 그그 뭐였더라...] [아 그그그그그그 그거!] [아 그래그거아니아니내가 뭘 검색하려고 했더라] [아 그 내가 뭐라고.. 했더라?] 와 같은 오일남 할아버지 조카들이 쓴 것처럼 보이는 연관검색어로 떠 있는 사진. 내가 지금 바로 그 기분이다. 방금 그 말을 쓰는데 3분이 걸렸다. 나는 가끔 이런 글쓰기를 할 때 이런 타이밍에 집중력이 팍 끝난다. 큰일이다. 내가 뭐라고 쓸려 했더라...?

무튼 여기서 저저번주 소식이겸 저번주 소식이겸 이번주 소식이 마치겠습니다.

감사...다음에 뭐였지?

 

감사합니다. 더 이상 늦지 않을게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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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기 서훈맘님의 댓글

16기 서훈맘 작성일

동현이 소식 ㅋㅋ
넘 재미있어서 계속 읽고 싶네요~
이제 몇달이면 졸업인데 그사이 또 동현이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늦었지만 ㅋㅋ하고  웃게 해준 동현군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