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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학기말 에세이 - 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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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12-2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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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학교 더 다니면 안 되나?

 

재현

 

벌써 마지막 학기말 에세이를 적고 있는 이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낀다

1학년 때 귀찮다며 징징대며 꾸역꾸역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내가 쓰고 싶어서 늦은 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번 1년은 참 길었다. 일도 많고 소란스러운 2021이었다. 그래도 이번년도가 내 간디생활 중 가장 즐겁고 의미 있었던 1년이었다.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았다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7명이 남은 15기였다. 사실 다들 내가 엄청 친하지도 않았고 사이가 안 좋았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하고 학교에 왔던 것 같다

2월에 15기만 모였을 때 우리 마음이 잘 모아졌던 것 같다. 1년 잘 살아보자고 다들 다짐했던 것 같다. 나도 그런 다짐을 품에 안고 새 학기를 맞았다.

어려웠다. 3학년의 역할이 컸고 그 무게를 7명이서, 내가 견디기에는 조금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1,2학년 때와는 다른 책임감, 부담감이었다

그러다보니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도 생기고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박혔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하니 신경도 많이 쓰이고 내가 나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잘하고 싶었다. 16기들에게는 부족함 없는 3학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빈자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17기에게도 그런 3학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특히 여자애들한테는 3학년 여학생의 그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친해지려 챙겨주려 애를 많이 썼다.

1학기 땐 논문이고 뭐고 학교생활 적응, 3학년 생활에 적응하기 바빴다. 애들 챙기기 정신없었고 매번 부족했던 내가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1학기 때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붇고 사람들과 부딪혀 지내니 조금 어지러웠다. 그래서 방학 때는 연락도 잘 안하고 휴식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연락과 방학 때도 애들이 신경 쓰여서 학교를 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1학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애들에게 상처도 많이 주고 실망도 많이 주었던 한 학기였다. 그래서 겁이 났다. 애들을 만나기 겁이 나기 시작했다. 잘 못해주면 어쩌지, 상처주면 어쩌지 참 고민을 많이 했다

걱정하며 시작한 2학기였다.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학교를 갈 때마다 겁이 났다. 아침에 애들을 만나기 무서웠고 밝은 얼굴로 인사하기 힘들었다.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잘 해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졌다. 나 때문에 상처 입은 애들을 보았기에 애들을 대할 때 하나하나가 거슬리고 신경 쓰였다. 그래서 나도 더 예민해지고 차가워졌다.

2학기 때는 관계에 대한 고민과 사랑과 상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상처를 안 받게 해줄까, 어떻게 해야 나도 상처를 안 받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바빴다. 이제 졸업이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논문을 하고, 학교생활을 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논문발표도 끝내고 학기말발표도 보고 마지막 축제도 마무리되었다.

축제에서 마지막 밴드공연을 할 때는 슬펐다. 정말 1학년 때 애들이랑 우리 3년 동안 밴드는 꼭 하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참 시간이 빠르고 우리가 밴드를 오래, 재밌게 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형들이 놀려서 울고, 축구하다가 욕먹어서 울고 했던 1학년 때, 반금도 많이 하고 남 눈치 안 보며 살았던 2학년 때, 정말 힘들고 의미 있게 지냈던 3학년이 정말 다 좋았고 즐거웠다.

특히 3학년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본준, 지호, 창화, 바다, 이섭, 영한 정말 너무너무 고맙고 오래오래 갈 친구들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를 잘 믿고 따라와 준 16, 17기들도 수고했고 내년에 고생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흰 잘 할거야!!

학교를 다니며 정말 여러 일들이 있었고 힘든 적도 많았지만 3년 생활이 헛되었다고, 시간이 아까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힘들기도 하고 무너지고 흔들리는 나날이었지만 15기가 있어서 쌤들이 있어서 후배들이 있어서 잘 견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있었기에 더 성장하고 생각도 깊어진 우리였던 것 같다.

정말 1년만 더 다니면 재밌게 잘 다닐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쉽고 또 아쉽다. 1년만 더 다니면 안되나..ㅋㅋ

내 마지막 학기말 에세이는 여기까지만 쓰도록 하겠다.

 

ps. 1년 생활을 부랴부랴 적으니 좀 정리가 안 되긴 하지만 굳이 다듬을 필요가 있을까 해서 그냥 이대로 제출해야겠다. 안뇽!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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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기재현파님의 댓글

15기재현파 작성일

멋진 학교 생활했다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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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기 영한맘님의 댓글

15기 영한맘 작성일

재현아~ 넌 있는 그대로가 좋아~~~
사람과 만나고 부대끼고, 상처도 주고 받아야 더 돈돈해지고^^
간디에 네 빈자리가 가장 클거야. 하지만 빈자리가 있어야 소중함을 깨닫기도 해~~
그만큼 네가 소중한 사람이란 뜻이고,
재현이의 세심한 마음 고맙고, 사랑한다^^